사부작 요리생활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오이 미역냉국 간단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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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활 n년차. 오래간만에 본가에 갈 일정이 생겨서 엄마랑 통화를 하면, 내게 꼭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뭐 해줄까?

 

그러면 내가 대답하는 메뉴는 보통 정해져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미역 오이냉국’이다.

 

여름만 되면 꼭 생각나는 메뉴 오이 미역냉국어릴 적부터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셨던, 내가 참 좋아하는 음식이다.

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리고 지쳐 입맛도 뚝뚝, 기분도 축축 처지는데, 엄마가 만들어준 시원 상큼 달달한 미역 오이냉국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켜면 마치 퍽퍽한 고구마 먹다 사이다 들이켠 양 속이 시원해졌다.

 

이 음식이 내게 유난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질풍노도 감정의 폭풍을 겪는 사춘기 시절의 어느 날,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랑 의견 차이로 엄청 심하게 싸웠더랬다. 고집 중에서도 황소고집인 엄마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ㅎㅎ) 나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에게, 서로 상처를 엄청나게 받아 거의 며칠을 말 한마디는커녕 눈도 안 마주치고 지냈던 것 같다.(철딱서니야그 와중에도 엄마는 미워도 자식새끼라고 굶길 수는 없었는지 밥은 꼬박꼬박 차려주셨는데, 그 외에는 정말 조금도 마주치기 싫은 것처럼 없는 사람 취급해 나는 그 모녀간의 기 싸움이 언제고 계속되겠구나 하는(철딱서니야2) 예상을 했었다. 그러다 한 일주일쯤 되었나. 어느 날 엄마는 냉장고에 미역 오이냉국을 만들어두며 언니 일어나면 같이 먹으라고 동생에게 전하곤 외출하셨다. 여름만 되면 미역 오이냉국을 찾고, 모녀 다툼 며칠 전에도 지나가듯 얘기했던 고집 센 딸년에게 먼저 건넨 엄마 나름의 화해 신청이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 오이냉국을 먹으며 그 때가 생각나서 엄마한테 얘기 하니 엄마의 깔끔한 한 마디.

"너도 자식 낳아봐라. 근데 꼭 너 같은 딸 낳아."

 

 

 

직장인 점심 도시락 요리로도 좋은 미역 오이냉국 만드는법

 

재료  - 미역 한 줌(미역 봉지에 적힌 그람수를 인분으로 나누어 대충 잡는다)

오이 1개 / 방울토마토 5-6개 / 다진 마늘 / 물 + 식초 + 소금 + 설탕 + 액젓

 


1.  미역은 잘게 잘라서 한번 물에 씻어내고, 물에 담가 불려둔다.

(자른 미역을 쓰면 편하다. 그리고 미역이 물을 거의 빨아들이기 때문에, 담가 두는 물은 생수로 하는 것이 좋다.)

 

2. 오이는 흐르는 물에 씻고, 굵은소금으로 겉면을 박박 문지르고 물로 헹구어 채 썰어둔다.

 

3. 방울토마토는 물에 한번 씻어 꼭지와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물을 받아 식초와 소금을 풀어 담갔다가 먹기 좋게 반으로 썬다.

 

4. 불려둔 미역에 팔팔 끓인 물을 부어 빠르게 살짝 데쳐내고 물은 버린다.

 

5. 미역 오이냉국 육수 만들기

물 600ml에 식초 6큰술, 설탕 3큰술, 소금 1큰술, 다진 마늘 반 큰 술을 넣고 섞어준다. 단, 여기서 입맛에 맞게 간은 조금씩 조절한다.

 

+) 없어도 무방하지만, 여기에 액젓 1큰술을 넣어주면 맛이 더 풍부해진다.

 

+) 양파를 아주 얇게 저미듯 채 썰어서 물에 담가 매운맛을 살짝 빼준 뒤에 함께 넣어도 맛이 어울린다. 근데 언젠가부터 양파를 싫어하게 되어서 난 넣지 않았다.

 

+) 취향이지만, 칼칼한 맛 좋아한다면 청, 홍고추 반 개를 다져 넣어도 좋다.

 

+) 귀찮다면, 시판 냉면 육수를 사서 살짝 얼린 뒤 부어버리면 그만. 간단하게 만들기에는 시판 육수만한 것이 없긴 하다.

 

 

6. 큰 그릇에 미역과 오이, 방울토마토를 넣고 5번의 육수를 부어 섞고, 냉장고에 차갑게 두고 먹는다.

 

 

회사 도시락 싸갈 때 챙겨 넣어 갔더니 노곤한 점심시간에 입맛 돌고 좋았다. 금세 동났는데, 또 만들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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